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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게 날아온 벗꽃잎 하나날적이 2018. 4. 17. 15:11
내게 날아온 벗꽃잎 하나
육교를 건너고 있었는데요
DSLR로 사진을 찍는 한 아주머니를 보았어요.
뭘 찍고 계실까?
벗꽃이 길 양쪽으로 활짝 피어있었어요. 바람이 불어 꽃잎이 흩날렸는데, 그 모습이 참 이뻤습니다.
저도 찍고 싶은 마음에 주머니를 뒤적거렸어요. 근데 핸드폰은 꺼내지 않았어요. 찍고 싶은 마음이 금새 사라졌거든요.
'아~ 이쁘구나!' 딱 그 정도에서 제 마음이 멈췄어요.
다시 걸었어요. 근데 멈출일이 생겼어요. 제 신발 위에 꽃잎 하나가 앉았거든요.
음. 같은 벗꽃인데, 아까완 다른 느낌이었어요.
꽃잎을 집어 손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봤어요. 꽃잎은 시들시들 했어요.
하얀색 분홍색 말고도 누런 주름이 있었어요.
그래도 그 모습이 '참 곱다'라고 느꼈어요.
육교에서 내려다본 벗꽃나무는 아름다웠어요. 그렇지만 아주 잠깐이었어요.
반면 내게 날라 온 꽃잎은 오래오래, 자세히 봤어요.
벗꽃나무 처럼, 세상엔 이쁘고, 멋진 것들이 참 많아요.
하지만 그 것들은 너무 멀리있어요.
조금 부족할지라도 항상 제 옆에 있는 기쁨이 좋아요.
SNS의 호텔 스테이크보다 마눌님의 두루치기,
TV에 나온 브런치 카페보다 집 앞 이삭토스트.
제 주변에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는 하루였습니다.
글쓰다가 문득 떠오른 책내용이 있어 옮겨적어 봅니다.
'광수생각', '나의 재벌론'
"통장에 현찰로 천 억을 가졌지만 내게 치맥 한잔 안 사는 재벌보다, 비록 통장에 가진 돈은 이백 오십만 원밖에 없어도 사천 오백 원짜리 떡라면을 내게 아무런 사심 없이 사는 내 친구 장환이가 그들보다 내게는 훨씬 더 재벌인 것이다."
- 광수생각
- 국내도서
- 저자 : 박광수
- 출판 : 북클라우드 2012.08.2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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